카페를 폐업하고 난 후 커피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커피를 좋아한다.
카페를 정리하게 된 이유는 이전에 블로그에 자세히 밝혔는데 큰 손실도 손실이지만 마음의 상처가 커서 아직은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2017년 2월 카페를 정리하고 그동안 카페에 갇혀서 하지 못했던 여행을 떠났고 일본 여행과 싱가포르 여행에서도 괜찮은 현지 카페를 찾아다녔다.
친한 동생 P군과 술 마시다가 약속해서 갑자기 2주 뒤에 떠난 게 된 유럽 여행은 원래 스위스 여행만 하려다가 아시아나 항공이 스위스 취리히를 취항하지 않아서 이탈리아 로마에서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 파리까지 확장되었다.
이탈리아 로마까지 아시아나 항공을 타고 갔는데 국내 항공사로 유럽이나 장거리는 처음이었다. 아시아나 항공은 좋은 서비스와 맛있는 기내식에 비해 커피는 솔직히 가정식 커피 드립포트로 내린 맛이어서 아쉬웠다.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러 갔을 거 같지만 사실 나는 커피 보다 술을 더 좋아한다. ^^;
로마 테르미니 역 근처 예약한 호텔에 짐을 풀고 나온 우리는 인근 노천 식당에서 피자와 이탈리아 맥주로 여행 첫날 로마의 밤공기를 즐겼다.
직원 추천으로 안제로 포레띠(Angelo Poretti)라는 라거 스타일의 맥주를 주문했는데 맛이 괜찮았다.
나는 이탈리아 여행이 3번째였지만 이탈리아 여행이 처음인 P군을 위해서 로마의 주요 관광지는 다 둘러보기로 했다.
바티칸 성당을 시작으로 산 안젤로 성당, 나보나 광장을 다녔는데 P군은 처음 이탈리아 여행인데도 아직 더운 여름 날씨 때문인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보나 광장에서 판테온까지 왔는데 P군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아서 근처의 로마의 유명 카페 중 하나인 카페 타짜도르(Caffe Tazza D'oro)를 찾았다.
판테온은 워낙 유명 관광지여서 사람들이 많고 줄을 서야 했지만 다행히 카페 타짜도르는 생각만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타짜도르는 1946년에 오픈을 해서 이탈리아의 유명한 다른 카페들에 비해 역사는 70년 정도로 짧지만 커피 맛으로 로마에서 손꼽히는 카페가 되었다. 유명세에 비해 카페는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했고 내부는 따로 테이블 같은 것은 없고 바가 길게 만들어져 있다.
카페 타짜도르의 커피 맛이 궁금해서 에스프레소를 주문을 했고, 같이 간 p군은 에스프레소를 부담스러워해서 커피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자신 있게 "아이스커피(Ice coffee)"를 추천해줬다.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받아 바리스타에게 주문을 하자 능숙한 솜씨로 에스프레소를 뽑아 주었고, 일명 아이스크 커피도 플라스틱 컵에 담아 주었다.
타짜도르의 에스프레소는 초콜릿과 같은 진한 맛에 감칠맛이 있었고 단맛이 애프터 테이스티가 있어 좋았다. 이탈리아의 대부분의 에스프레소처럼 산미는 절제되어 있었지만 다른 맛의 밸런스가 균형 있었고 전혀 탄맛을 느끼지 못했고 깔끔했다.
P군을 위해 주문한 아이스커피는 사실 '그라니타 디 카페 콘파냐(Granita di caffe con panna)'라는 이름이 있다. 관광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아이스커피라고 바리스타가 알려 주었는데 사실 틀린 것도 아닌 게 에스프레소를 얼려서 셔벗 형태로 만든 다음 시럽과 생크림을 넣어서 만들어 준다. 한입 정도 뺏어 먹어 봤는데 햇살이 강한 로마에서 한 번에 당과 카페인을 충전하기에 에스프레소 다음으로 이만한 메뉴가 없는 거 같다.
카페 타짜도르에 대한 내용만으로 예전에 자세하게 포스팅을 했다.
2017.10.22 - [All New Coffee Life/해외 카페, 양조장 투어] - 이탈리오 로마 판테온 옆 커피 맛집 카페 타짜도르(Caffe Tazza d'oro)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로마의 3대 젤라토 맛집 중 하나인 지올리띠(Giolitti)에서 수박 맛과 쌀 맛으로 젤라토를 후식으로 먹고 다시 로마 여행을 이어 나갔다.
트레비 분수까지 갔다가 더위에 지쳐 숙소로 돌아가 쉬다가 해 질 무렵에 나와서 콜로세움의 야경 사진을 찍고 다시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둘째 날 밤에는 파스타와 스테이크와 함께 이탈리아 맥주인 비어 모레띠를 생맥주로 마셨다.
비어 모레띠는 한국에도 수입이 되는 맥주긴 하지만 이탈리아 현지에서 생맥주로 마시니 더 맛있다.
그렇게 이탈리아 로마 여행의 둘째 날이 끝났다.
이탈리아 로마 여행은 세 번째 날은 메트로를 타고 포폴로 광장부터 시작해서 길을 따라 스페인인 광장으로 이동했다.
포폴로 광장에서 스페인 광장까지는 도보로 15~20분 정도의 거리여서 걷기 좋다.
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근처에 파스티피치오 라는 유명한 파스타 맛집이 있어서 기대하고 갔는데 테이크 아웃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고 그날 그날 2~3종류의 파스타를 4유로에 포장 판매를 하고 있었다.
파스타는 별거 없는 거 같았는데 배가 고파서 인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
파스타를 먹고 더욱 커피가 땡겨서 스페인 광장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카페 그레코로 찾아갔다.
카페 크레코(caffe creco)는 로마의 유명한 카페 중 하나로 176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과 함께 이탈리아 박물관 같은 카페이다.
카페 그레코는 2010년 여행에서도 여행 동행과 함께 와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1유로를 주고 바에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나왔는데 두 번째 방문에서는 작정을 하고 카페 크레코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만큼 홀 제일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안쪽까지 들어와 보니 카페 그레코는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주문을 하고 커피가 나오기 전에 화장실을 갔다 오며 카페 크레코 곳곳을 구경을 했다. 250년 넘게 운영되어 하나의 박물관 같은 카페 크레코는 내부에 수많은 액자와 그림들이 진열되어 있다. 카페의 역사와 함께 소장된 그림들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카페 그레코를 제대로 즐기겠다고 총 4잔의 커피 음료를 주문했다.
카페 그레코에서 홀에 앉으면 테이블 차지를 따로 받는 만큼 음료를 주문하면 물을 무료로 제공된다.
프라페처럼 생긴 건 P군이 주문한 아포가토인데 커피와 아이스크림은 물론 휘핑크림까지 올라가 있다.
카페 그레코의 에스프레소는 고소한 맛과 쓴맛, 단맛이 균형 잡히고 맛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도 일부 산미를 내는 블랜드가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산미는 절제하는 블랜딩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이탈리아 커피는 왠지 강배전을 해서 탄맛이 많이 날 거 같았는데 카페 크레코 에스프레소도 그렇고 탄맛은 느껴지지 않았고 감칠맛과 단맛이 여운을 주면 뒷맛이 깔끔해서 좋았다.
몇 년 전 카페 그레코의 건물주가 바뀌어서 이전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언제 다시 찾아 갈지 모르지만 다음에 찾아갔을 때도 계속 그 자리에 그렇게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ㅠㅠ
카페 그레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포스팅을 했다.
2017.10.26 - [All New Coffee Life/해외 카페, 양조장 투어] - 이탈리아 로마 카페 크레코 두번째 방문기.(Antico caffe creco, Roma)
카페 그레코를 나와 바로 앞 스페인 광장을 둘러봤는데 P군은 스페인 광장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근처의 티라미수 맛집인 폼피를 찾아갔다. 폼피는 로마에 몇 군데 지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스페인 광장 가까운 곳에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폼피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인지 직원도 우리 국적을 묻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1960년부터 이어져온 폼피는 티라미수 전문점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디저트 제품을 팔고 있는데 폼피에서 파는 제품 중 오리지널인 티라미수 클라시코를 주문해서 먹어보니 맛이 정말 훌륭했다.
폼피에서 티라미수만 먹고 있자니 커피가 땡겨서 봤더니 한쪽에 일리 커피 자판기가 있어서 여기서도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일리 자판기는 에스프레소와 룽고뿐만 아니라 카푸치노, 마키아토는 물론 보리 음료, 쵸코라테도 뽑을 수 있었다.
이때 일리 캡슐 커피를 일리 자판기를 통해서 처음 마셨는데 역시 일리 캡슐 커피답게 맛있었다.
더위에 지쳐 숙소로 돌아와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로마 3대 유명 젤라토 맛집 중 하나인 파씨에서 젤라토를 먹고 쉬다가 야경을 보러 길을 나섰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을 시작으로 도보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트레비 분수를 찾아서 동전도 던지고 숙소 호텔 근처의 레스토랑을 다시 찾았다.
메뉴판에서 로마 피자와 나폴리 피자를 주문하고 혹시 1리터 잔으로 생맥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하이네켄을 주문했다.
우리가 주문한 나폴리 피자에는 엔초비가 들어가서 엔초비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호불호가 나뉠 거 같다.
주로 로마 피자로 맥주를 마셨는데 유럽에서는 1리터 잔으로 생맥주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로마에 올 때마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져 3번이나 오게 되었는데 3번째에도 동전을 던졌으니 4번째도 방문할지 모르겠다. ^^;
그렇게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다음 날 베네치아로 이동했다.
로마에서 베네치아로 바로 가지 않고 중간에 모데나에 있는 페라리 박물관에 들렀다 갔다.
로마에서 볼로냐로 가는 기차는 이탈리아의 고속철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rossa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평균 시속 250km를 달리다가 가끔 300km를 넘기기도 한다.
1등석은 생수 한 병과 간단한 주전부리가 들어간 웰컴백을 주는데 단맛과 짠맛을 선택하여 받을 수 있고 음료도 서비스된다.
커피 한 잔이 생각날 무렵 승무원 아저씨가 카트를 끌고 와 승객들에게 에스프레소를 뽑아서 커피를 제공해 준다. 물론 무료로 제공되고 에스프레소 외에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도 요청하면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서비스해주는 커피를 일리 프란시스 X7.1 머신으로 캡슐 커피로 제공해 준다.
카트에 물과 배터리가 있어 캡슐 커피 머신에 전기를 공급해 줘 일반적인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카푸치노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0@
이렇게 이탈리아 여행 곳곳에서 이미 일리 캡슐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
중간에 모데나에 있는 페라리 박물관에 들렀다가 저녁 무렵이 다 되어서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베네치아에 도착해서 잠시 야경을 즐기다가 '짬뽕'이라는 글이 있는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식당에는 짬뽕과 한국라면의 메뉴가 있었고 우리는 얼큰한 음식이 생각나서 짬뽕과 탕수육과 함께 이탈리아 페로니 맥주를 주문했다.
이탈리아 페로니 맥주의 세컨드 브랜드인지 나스트로 아쯔로(Nastro Azzurro) 맥주를 준다.
맛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반적인 페로니 맥주 보다 조금 싱겁고 청량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 날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걸어서 리알토 다리를 거쳐 산 마르코 광장으로 이동을 했다.
2010년 여행 때 산 마르코 대성당은 공사 중이었는데 2017년에는 공사가 끝나 장막이 걷힌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따라가니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 플로리안이 있었다.
카페 플로리안은 현존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1720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계속 운영이 되고 있다.
처음에 두 개의 룸으로 시작되었던 카페 플로리안은 세월을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져 지금은 산 마르코 광장을 잇는 건물에서 꽤 많은 자리로 확장이 되었다.
1720년 문을 연 이래 카페 플로리안은 카사노바, 괴테 등 유명인사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이다.
2010년에는 금전적인 여유보다 커피를 즐길 여유가 없어서 주변을 맴돌기만 했었는데 여행의 목적이 다른 이번에는 테이블 차지와 서비스 차지가 붙는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즐겼다.
P군과 함께 이곳에서는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티라미수까지 많이도 시키고 플렉스를 했다. >ㅁ<
. 세련되고 고풍스러운 자기와 그릇에 담긴 커피와 음료가 노련하고 친절한 서버가 가져다주었다.
카페 플로리안의 에스프레소와 커피는 평가를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맛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복합적이지만 단맛과 쓴맛, 고소함의 밸런스가 좋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좋았다.
작정을 하고 플렉스 하러 온 거라 또 다른 것을 즐기고 싶어서 290주년 기념 메뉴인 카페 플로리안을 주문했다.
카페 플로리안의 290주년 메뉴는 커피 칵테일로 커피와 부드러운 우유크림, 오렌지를 원료로 하는 리큐르나 증류주가 들어간 것 같았다.
점심시간을 넘길 때까지 카페 플로리안에서 늘어지며 카페놀이를 즐겼다. 우리가 마신 것을 계산해 보니 음료 5잔과 티라미수 하나, 연주비, 서비스차지 다해서 토털 금액이 11만 원이나 나왔다. @_@
카페 플로리안의 자세한 후기는 이전에 포스팅을 했다. ^^;
점심을 먹고 호텔에서 쉬다가 오후 늦게 나와 남자 둘이 곤돌라도 타고 베네치아의 야경을 즐겼다.
예전에 베네치아 여행에서는 1박 정도만 했는데 2박을 하니 좀 더 여유가 생겨서 곤돌라도 수상버스도 즐겼다.
수상버스를 타고 산루치아 역까지 와서 호텔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주 평범하게 피자와 파스타에 생맥주로 저녁을 먹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3번째 하면서 스프리츠(spiritz)라는 칵테일이 눈에 들어와서 주문을 했다.
계속 궁금해하다가 이탈리아의 마지막 밤에야 스프리츠를 주문했는데 이탈리아산 스파클링 와안에 감귤향이 나는 아페롤(aperol)이라는 리큐르가 들어간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식전주 칵테일이다.
베네치아에서 처음 마셔 보고 괜찮아서 이후 파리와 이태원에서 마셔봤는데 그때의 맛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ㅠㅠ
베네치아 여행을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를 떠나 스위스로 이동을 했다.
스위스에서는 완전히 다른 자연환경과 풍경으로 이탈리아와 다른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스프레소의 네슬레와 유라 커피 머신을 만드는 스위스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커피를 맛볼 수 없었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5박을 하면서 융프라후도 다녀오고 스위스의 주변 도시를 여행했는데 루체른에 가려고 한 날 인터라켄 서역에서 라바짜 커피 자판기를 볼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맛있는 커피를 맛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인터라켄 서역의 라바짜 자판기는 완전 오아시스였다.
라바짜 커피 자판기도 라바짜 캡슐로 커피를 만드는 데 에스프레소 외에도 카푸치노, 마키아토, 카페 모카(카푸치노 초코), 초코 라테 등을 제공한다.
고물가의 스위스 답게 자판기 커피도 무슨 2Fr이다. ㅡ,.ㅡ;
가격은 비쌌지만 그래도 스위스 여행 중에 맛본 커피 중에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
역시 커피는 이탈리아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라바짜 캡슐 커피 자판기로 라바짜 커피를 맛보고 나서야 이탈리아 커피 여행이 끝난 느낌이 들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 수년이 지난 지금은 캡슐 커피에 완전히 빠져 들어 네스프레소를 거쳐 일리 캡슐 커피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