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tender Studied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 진 실수투성이 인생 첫 수제 막걸리

타고르 2022. 4. 1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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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포스팅에서 제주살이를 하면서 제주성읍민속마을 민속문화 전수관에서 고소리술을 배운 과정을 올렸다.
약 8주간의 고소리술 체험 교육에 대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2022.03.06 - [Bartender Studied] - 우리술 배우기, 대한민국 명인에게 배운 제주 고소리술 체험 교육

 

우리술 배우기, 대한민국 명인에게 배운 제주 고소리술 체험 교육

 2017년까지 직접 운영하던 카페를 정리하고 유럽과 일본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카페와 양조장을 다녔다. 뒤늦게 커피의 매력에 빠져 카페를 운영하긴 했지만 술을 더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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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리술 체험교육을 받는 기간 중에 집에서 직접 막걸리는 만들어 보는 것이 과제처럼 주어 진다.
누룩 만들기 부터 막걸리를 빗고 숙성까지는 거의 두 달이 꼬박 진행되는데 이번에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 본 과정을 정리했다.


우리술에서 가장 중요한 전통 누룩 만들기

 고소리술 체험교육 2주 차에 전통 누룩을 만들어서 하나씩 나눠 가지고 집에 가지고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티로폼 박스도 구하고 누룩 띄우기에 사용될 자연재료로 솔잎과 솔방울을 주워서 시작했는데 누룩에 향을 입히는 데는 마른 잎보다는 생잎을 쓰는 게 좋다고 한다. ㅡ,.ㅡ;


전통누룩은 이렇게 자연의 재료를 넣고 최소 15일 이상이 되어야 완성되는데 보통 30일이 이상적이다.
 처음 10일은 누룩에 곰팡이를 입히는 띄우기, 다음 10일은 누룩의 수분 날리기, 마지막 10일은 누룩을 뒤집어서 골고루 말리는 작업으로 완성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털처럼 하얀색 곰팡이도 피어나고 황금색 곰팡이도 보이기 시작했다.
안 좋은 검은색 곰팡이는 다행히 거의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전통 누룩을 만드는데만 한 달 가까이 진행이 되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중간에 집에서 직접 막걸리 만들기를 시도했는데 제주살이를 할 때 원룸 오피스텔에 살고 있어서 작업 공간이 여의치 않아서 자주 가는 막걸리펍의 주방에서 도움을 받아 만들 수 있었다.
수업 때 오메기술을 만드는 떡으로 술을 빚는 방법 외에도 다양한 수업을 받았는데 그중 죽으로 술을 만드는 방법으로 진행을 했다.
죽으로 술을 만드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쌀을 물에 불린 후에 빻은 소금기 없는 쌀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쌀가루를 채에 걸러서 좀 더 좋은 쌀가루를 사용해야 한다.


쌀가루에 물을 넣고 잘 섞어 준다.


물을 넣고 끓인 솥에 물을 섞어준 쌀가루를 넣고 잘 저어서 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죽을 만들고 난 뒤에 10분간 뜸을 들이고 온도가 25도 정도까지 내려갔을 때 전통 누룩을 넣고 섞어 준다.
온도가 높으면 누룩 속에 효모가 죽거나 활동을 멈추어서 온도 체크는 정확하게 해줘야 한다.


여기까지 배운 대로 잘 따라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첫 번째 실수를 해버렸다.
물에 불린 쌀을 빻아야 하는데 방앗간에서 그냥 생쌀을 넣고 빻아 왔다. ㅠㅠ
정갈한 마음으로 정성껏 술을 빚어야 하는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술을 빚었다. ㅡ,.ㅡ;
어찌어찌 막걸리펍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서 술을 빚고 2일 뒤에 1차 발효가 진행된 상태를 확인했다.


3일 만에 1차 발효된 술에 덧밥 작업을 진행했다.
덧밥으로는 찹쌀을 사용하면 단 맛이 더 좋아진다고 들었다.
덧밥으로 쓸 찹쌀을 찌기 전에 씻어서 불리기 작업을 먼저 진행했다.


찹쌀을 불리는 동안 1차 발효된 밑술에서 누룩을 체망으로 걸러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누룩을 걸러낸 밑술


찐 찹쌀을 쟁반에 잘 펴서 말린(식힌) 후에 밑술과 섞어 주는 작업을 했다.


밑술과 섞어준 덧밥(찹쌀)은 2~3일에 한 번씩 잘 섞어 줘야 한다.


2~3일 후에 한 번 썩어 주고 발효를 진행시켜야 되는데 여기서 네 번째 실수를 저질렀다.
어머니 생신으로 육지에 올라갔는데 막걸리펍 사장님이 너무 의욕적으로 자주 섞어 줬다.
나중에 통화해서 더 이상 섞지 말라고 부탁을 드리고 뒤섞기 작업은 중단되었는데 온도가 낮은 창고에서 발효가 진행되어서인지 발효가 잘 되지 않고 이후에 덧밥과 술이 층이 나뉘어서 위쪽은 살짝 말라가고 있었다. ㅡ,.ㅡ;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술을 체망에 걸러서 막걸리펍 사장님과 반 반씩 나누었다.
생막걸리는 냉장고 안에서도 계속 발효가 진행되어서 뚜껑을 너무 세게 닫아 놓으니 페트병이 나중에 터질 듯이 빵빵해졌다.


나중에 지인들과 내가 만든 막걸리의 시음을 했다.
처음 만들었고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맛이 났다.
새콤달콤 한 맛이 나서 여러 실수 때문에 산패가 되었나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전통 누룩으로만 만들면 당화력이 부족해서 단맛보다 신맛이 강하다고 한다.


나중에 또 만들어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이후에 다시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계속 원룸에 살면서 작업 공간이 여의치 않은 것이었고, 두 번째는 막걸리 한 번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서 정말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쉽지 않았다.
세 번째 이유는 그런 시간과 정성에 재료 비용을 따져 보니 직접 만들었다는 의미 외에 사먹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ㅡ,.ㅡ;
이후에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빌려 학문적인 지식은 더 채웠지만 다시 만들어 볼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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