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까지 직접 운영하던 카페를 정리하고 유럽과 일본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카페와 양조장을 다녔다.
뒤늦게 커피의 매력에 빠져 카페를 운영하긴 했지만 술을 더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2017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2년 간의 제주살이를 했는데 사람들이 상상하는 제주살이와 실제의 삶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특히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 같은 도시남에게 길어진 제주살이는 힐링을 넘어서 지루함을 느끼는 큰 섬이었다.
도시와 다르게 느리게 가는 여유 있는 시간속에서 뭔가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서 제빵기능사 자격도 취득했다.
제주도에서 제빵기능사를 취득한 과정은 예전에 포스팅하기도 했다.
2018.09.12 - [Barista Diary] - 제주살이하며 제빵기능사에 도전하다.
제주도는 아직 인터넷보다는 지역 생활정보지에서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었다.
매주 제주도의 생활정보지인 제주오일장을 보다가 발견한 것인 제주 고소리술 체험 교육이었다.
제주도는 모든 인프라가 제주시에 있다 보니 제빵학원을 다니기 위해 멀리 성산에서도 제주시로 한 시간을 달려 교육을 받으러 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제주 전통주인 고소리술 체험 교육은 교육장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 있는 민속문화전수관이다 보니 제주에서 한 시간 넘게 달려야 했다.
혼자라도 배웠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제주살이를 시작한 제빵학원 동기에게도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등록을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금도 교육이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소리술 체험교육은 성읍의 민속문화전수관에서 매주 1차례 2시간씩 8주간 진행되었다.
우리가 2018년의 몇 회 차인지 모르겠지만 매년 주기적으로 교육이 진행되는 것 같다.
제주 전통주 체험교육은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과정이 있는데 오메기술은 주중에 교육이 진행되어서 토요일에 교육이 진행되는 고소리술을 등록을 했다.
첫 번째 수업은 고소리술의 맛보기부터
성읍민속문화전수관에서 고소리술 체험교육의 수업을 진행하신 김희숙 선생님은 2018년 대한민국 명인이 되셨다.
무려 8주간 무료로 수업을 받는데 명인에게 직접 수업을 듣는 것도 영광까지 얻었다.
감귤이 수확되기 시작하는 제주는 겨울에 무척 바빠진다.
그래서, 그런지 당시 고소리술 교육을 받는 동기는 전체가 4명이 전부였다.
첫 수업은 우리 전통술과 제주의 술에 대한 이야기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제주도는 과거에 섬이라는 고립된 지리적 특성과 환경적인 특성 때문에 쌀이 귀하고 자급자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비싸고 귀한 쌀보다는 좁쌀이나 보리쌀 등 구하기 쉬운 재료로 술을 빚게 되었는데 제주의 좁쌀 중 하나인 차조를 통해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차조로 오메기떡을 만들어 담근 막걸리가 오메기술이고 그 오메기술에서 맑은술을 고소리를 통해 전통방식으로 증류한 소주가 고소리 술이다. 고소리 술은 제주어로 고소리 란 소줏고리로 증류해서 만든 전통 소주이다.
제주의 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니 맛과 향을 느끼기 위해 조금씩 시음을 했다.
술에 대해서 알기 좋은 방법은 시음 보다 좋은 것은 없다. ^^;
오메기 맑은술은 차조의 곡물향과 함께 새콤하면서 단맛을 느낄 수 있었다면 고소리술은 증류주답게 목 넘김을 하고 나서 뜨거운 알코올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부드러운 곡물향과 약간의 곡물 맛과 드라이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술에 대한 이론 수업이 이어졌는데 우리 술의 가장 큰 특징은 발효과정에서 누룩을 쓰는 것이었다.
쌀이나 곡물을 누룩을 통해 발효시켜 막걸리, 동동주, 맑은술(청주) 등을 만들었는데 원나라가 고려를 침공했을 때 원나라의 주둔지가 있었던 안동, 제주도에 증류 기술도 전해져서 지금의 안동소주, 제주 고소리술이 탄생하게 되었다.
성읍민속마을의 민속문화전수관은 체험교육 외에도 평소에는 박물관이나 1일 체험 등 박물관의 역할도 하고 있어 지나가다 들르면 오메기술이나 고소리술에 대한 만드는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통적인 소주고리를 제주도에서는 고소리라고 부르는데 아래 옹기로 만들어진 고소리를 통해 증류를 해서 고소리술을 만든다.
우리 술은 누룩 만들기부터 시작된다.
술을 만들 때는 원재료를 당화 시키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알코올 성분이 생기면서 술이 만들어진다.
우리 전통술은 곡물의 당화와 발효가 누룩을 통해서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리 술에서 누룩은 원재료 만큼이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우리 술은 누룩 만드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누룩은 곡물을 이용해서 만드는데 우리 수업에서는 유기농 통밀을 방앗간에서 거칠게 두분을 빻아서 만들었다.
두 번 거칠게 간 유기농 통밀에 약간의 물을 넣고 보슬보슬 해질 정도로 섞어 준다.
제빵학원을 다녀보신 분들은 소보로 만들 때의 느낌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물을 살짝 섞어 주어 보슬보슬해진 통밀을 비닐을 덮은 누룩틀에 넣은 후 체중을 실어 밟아주면 된다.
누룩틀은 전통방식으로 나무로 만든 것을 썼다.
전통방식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누룩은 한 덩어리에 500g 정도인데 전통 방식으로 만든 전통 누룩은 최소 15일 이상이 되어야 완성이 되어 생산량도 적다. 총 30일 동안 10일은 누룩에 곰팡이를 입히는 띄우기, 10일은 수분 날리기, 10일은 뒤집기, 말리기로 완성된다.
누룩 하나를 만드는데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술을 만드는 데는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누룩 만드는 수업을 한 날 500g 한 덩어리씩을 가지고 돌아가서 누룩꽃을 피우는 작업은 각 자의 집에서 작업을 했다.
제주 고소리술을 만들기 위한 밑술 오메기술 만들기
제주도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오메기술은 몰라도 오메기떡은 아는 사람들이 많다.
오메기떡을 직접 사보지는 않았더라도 동문시장 같은 곳에서 무료시식으로 맛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이겠지만... ㅠㅠ)
오메기떡은 쌀이 귀한 제주도에서 좁쌀의 일종인 차조를 써서 만든 떡으로 오메기술은 바로 오메기떡을 만드는 방식으로 만든 제주의 전통술이다.
오메기술을 만드는 오메기떡에는 차조 가루와 물, 누룩 외에는 어떤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는다.
미리 준비된 차조 가루가 덩어리 져 있어서 곱게 부수어서 물을 넣고 반죽을 했다.
우리도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시중에서 먹는 오메기떡은 동그란 모양이지만 오메기술을 만드는 오메기떡은 가운데가 구멍이 뚫린 도넛 모양이라고 한다.
오메기떡으로 만든 술은 단맛이 나고 도수가 낮다고 하는데 요즘은 오히려 차조가 쌀 값보다 비싸졌다고 한다. ㅠㅠ
만들어진 오메기떡은 찜기로 찌지 않고 바로 끓는 물에 넣고 살짝 삶는다.
솥에서 삶아진 오메기떡을 구멍이 뚫린 바가지로 건져 내어서 절구 같은 도구로 완전히 으깨어서 썩어 줘야 한다.
완전히 으깨어진 오메기떡에 뜨거운 물을 붓고 죽처럼 질게 만들어 준다.
죽의 온도가 25도 이하로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준비된 전통 누룩을 넣고 썩어 주는 작업을 한다.
온도가 25도 정도로 떨어지길 기다리는 이유는 너무 높은 온도에서는 누룩의 효모가 죽어서 발효 작업이 잘 안 된다고 들었다.
누룩을 막 섞고 나서 누룩의 효모와 효소가 작용을 하면서 발효가 시작되었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동영상을 보면 거품이 올라오면서 숨을 쉬는 것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발효는 실온에서 약 일주일 정도 시켜 줘야 하고 하루에 2~3번 썩어 주어서 발효가 잘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3~4일 뒤에 거름망으로 누룩을 제거해주고 계속 발효 과정이 진행되며 오메기술이 완성된다.
그 외에도 술을 만드는 방법으로 죽으로 만드는 방법, 쌀가루 범벅으로 술을 만드는 방법, 고두밥으로 만드는 방법 등을 남은 수업 기간 동안 매주 배웠다.
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고소리 술을 만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술을 만드는 방법 배웠고 마지막으로 고소리술 만드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사실 단순하게 술 만드는 정보만 제공한다면 1~2주 만에 끝날 수 있는 수업이었지만 누룩을 만드는데만 한 달이 걸리고 그렇게 만든 누룩으로 술을 만들고 술이 익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8주도 빠듯한 수업이다.
넉넉하게 시간이 허락한다면 직접 만든 누룩으로 직접 술을 빚고 그렇게 만들어진 술로 고소리술을 만들어야 좋지만 전통주는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선생님이 만든 오메기술로 고소리술을 만드는 것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선생님이 만든 오메기술에서도 맑은 부분인 맑은술(청주)을 가마솥에 넣고 끓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소리술은 맑은술을 고소리라는 제주의 전통 증류기에 넣고 증류한 술을 말한다.
가마솥 위로 고소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음새로 뜨거운 김이 새지 않도록 밀가루와 물로 시루 번을 만들어 붙어야 한다.
알코올 성분이 있는 술은 물보다 기화가 빨라서 70도부터 기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기화된 술은 고소리 뚜껑의 찬물로 다시 액화되어서 증류된 고소리 술이 떨어진다.
처음에 한 잔 정도는 알코올의 나쁜 성분이 추출되기 때문에 버리고 그다음부터 술을 모아야 한다.
전통방식의 소주고리 중 하나인 고소리도 일종의 단식 증류기인데 단식 증류의 경우는 재료의 특성이 남아 있다고 조니워커 스쿨 수업 때 배운 기억이 있다.
막 추출된 고소리술은 숙성이 되지 않아서 진하고 거친 느낌이 있었지만 좋았다.
고소리 술을 내리는 것으로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8주 차 마지막 수업에는 각 자가 만든 술을 가지고 품평회를 하기로 했는데 전 날 제주에 눈이 많이 내렸다.
이미 이론과 실습은 거의 끝난 데다가 안전상의 문제로 아쉽게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마지막 수업은 진행되지 못했다. ㅠㅠ
술을 만드는 데 많은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일을 다시 추억하며 이 글을 쓰면서도 선뜻 다시 술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 과정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
다음에는 직접 술을 만들어 본 과정을 포스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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