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ista Diary

제주살이하며 제빵기능사에 도전하다.

타고르 2018. 9. 1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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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를 관심 있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겨우 동네 카페 하나 오픈 하는데도 많은 준비를 하였고 세월호, 메르스 등 해마다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여 운도 따르지 않았고 건물주도 양아치를 만나서 3년 동안 고생만 했다. ㅠㅠ
 2017년 2월에 만 3년만에 카페를 폐업하고 그동안 못한 여행도 다니고 체력도 회복하고 다음을 위해 차근 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 제주살이를 결심하게 되어 제주에서 10개월째 살고 있다.
제주살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늘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본인이 어떻게 무엇을 할지 정해진게 없다면 그저 늘어져서 서울이나 육지에 어디에 있건 제주에 있건 다를바가 없다.
서울쪽에 살때보다 부모님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게 되었고 수많은 친구들과도 떨어져 있어 개인적인 시간이 더욱 많아진 것은 나름 큰 장점 중에 하나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큰 고문이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벽만 보고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
 제주살이가 점 점 자리가 잡아가고 여유가 생기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다른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커피와 빵만큼 잘 어울리는 음식이 없다는 생각에 제빵을 배우기 위해 인근 학원을 찾아 나섰다.

육지에서는 무언가 배우고 싶으면 배울 곳을 찾기 쉬운데 제주에서는 내 스케쥴대로 배우기에는 인프라가 많이 부족 하다. 그래서 아주 먼곳 성산이나 표선에서 제주시가지 제빵을 배우러 오는 동기분들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집에서 가까운 학원의 제빵기능사 과정이 시간도 맞아서 바로 수강 등록을 하고 제빵 기능사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첫 수업이 있던 날 부푼 기대를 하고 강의실 문을 열었다.
반죽기나 낯선 장비들이 한쪽에 있었고 작업대를 중심으로 2인 1조가 짝을 이뤄서 수업을 받았다.

 

이론 수업이 진행 되어야 하는데 필기시험은 알아서 준비하는 거라고 그냥 바로 실습 수업이 시작 되었다. ㅡ,.ㅡ; 제과제빵 필기시험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책을 여러번 보고 가도 난이도 매우 어려운 시험이다.
지금까지 여러 자격증을 따면서 이렇게 어려운 필기 시험은 처음이었다. ㅠㅠ
강사가 필기 이론 수업은 없다고 재차 얘기하고 바로 통밀빵 실습을 시작 했다.

 

처음 해보는 반죽, 1차 발효, 그리고, 둥굴리기.....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하루 하루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특히 둥글리기 할때 만져지는 반죽의 느낌이 좋다. ^^;


비상식빵을 만들었는데 난생 처음 만든 것이어서 그런지 누가 봐도 못생겼다.
비상스트레이트법으로 만들어서 맛도 그냥 그랬다.

 

시험에 나오지는 않는 빵이지만 이론 수업 대신 호두 바게트를 만든 날도 있었다.
역시나 두번째 만든 빵이어서 모양은 예쁘지 않다. ㅡ,.ㅡ;

 

풀만식빵을 만든날~
각이 잡힌 예쁜 모양의 빵은 내가 만든게 아니라 선생님이 만든 것이다.


내가 만든 풀만식빵의 모양은 이랬다. 젠쟝.... ㅡ,.ㅡ;

 

소세지빵을 만든 날은 동기 모두가 행복한 날이었다.
다른날 만든 빵은 서로 가져가라고 했지만 이날 만큼은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고 했다.
몇일 했다고 성형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일부 빵은 발가락도 아니고 못생겼다. ^^;


모카빵도 인기 있는 빵 중에 하나였다.
반죽도 컸지만 구운 뒤에 엄청 크기가 커졌다.

 

두번째 식빵으로 우유식빵을 만들었는데 그래도 비상 식빵을 한번 만들어 봤다고 모양이 조금 나아졌다.
오른쪽에 더 못생긴 빵은 내가 만든게 아니라 짝궁이 만든 거다. ^^;


단팥빵을 만든 날도 경쟁이 치열 했다.
단팥빵은 실제 실기시험에 출제 되기도 했는데 3시간 동안 44~45개를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매우 부족 했다.
시간이 짧아서 인지 출제위원들이 선호하는 실기과목인데 제주에서는 2018년 8월까지 벌써 단팥빵이 4번 출제 되었고 덕분에 나는 실기 시험에서 단팥빵을 두번이나 만났다. ㅡ,.ㅡ;

 


패스트리 빵의 경우는 반죽 자체가 너무 힘들고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제발 시험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과목 중 하나다.
실제 시험에 나오기는 하는지 의심스럽기 하는데....
요즘은 많은 과정이 기계로 하겠지만 직접 만들어 보니 크로와상 하나에 많은 정성이 들어감을 알게 되었다.

 

일명 프랑스빵이라고 불리는 바게트빵의 변형~
전에 호두 바게트를 만들어서 모양은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 예쁘지는 않다. ㅡ,.ㅡ;

 

네덜란드 빵이라는 더치빵~
맛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내가 잘못 만든 건가? ㅡ,.ㅡ;

 

빵도넛을 만든 날도 수강생들이 행복한 날 중 하나다. ^^;

 

내가 제빵기능사를 수강한 기간은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였다.
조금 욕심을 내어서 6월 초에 있는 필기시험을 신청을 해서 산업인력공단 제주지사에서 시험을 받고 겨우 턱걸이 합격을 했다.
상시 시험의 경우 시험장에서 시험보는 컴퓨터에서 바로 채점 결과가 발표 되는데 점수를 보고 너무 턱걸이로 붙어서 소리를 지를뻔 했다. ^^;
이렇게 어렵고 같이 시험을 응시한 동기들 중 절반은 떨어졌는데 이론수업이 없어서 아쉬웠다. ㅡ.,ㅡ;


그냥 저냥 모닝롤 맛 같은 버터롤은 아직도 집 냉동실에 있을 정도로 손이 안간다. ㅡ,.ㅡ;


그리시니 시간은 짧아서 좋은데 2018년 8월까지는 시험 출제도 안되었고 맛도 별로다. ㅡ.,ㅡ;


좀 더 촘촘하게 말아야 하는데 김밥 한번 말아 본적이 없어서 너무 크게 말았던 스위트롤.
오븐에 굽고 나서 크기가 엄청 커졌다. ㅎㅎㅎ


일명 오뚜기 빵이라는 브리오쉬~
머리가 떨어진 녀석은 없었지만 균형이 안맞는게 많았다.
맛도 없어서 이것도 냉동실에서 아직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다.

 

첫번째 실기시험을 앞두고 만들었던 밤식빵~
이것도 맛있어서 인기 있는 빵 중에 하나인데 차라리 바로 전날 만들어서 밤식빵이 출제 되기를 바랬는데.... ㅠㅠ


수업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복불복이라고 생각하고 실기시험을 신청을 했다.
제빵기능사가 어려운 자격시험 중 하나인데 오만 했던 것은 아니고 낯선 시험장 환경이라도 적응하고자 떨어질꺼 생각하고 신청을 했다.
제주에서 제빵기능사 실기시험은 한라대학교 금호세계관 2층에서 계속 진행 됐다.


시험 과목으로 배웠던 단팥빵이 출제 되었지만 이미 앞에 두번이나 출제된 과목이어서 금방 또 나올꺼라고 생각을 안해서 소홀했던 것과 3시간 동안 45개를 만드는게 엄청 시간이 촉박했다.
시간내에 겨우 제출은 했지만 덫가루가 많이 묻은 것도 있었고 모양도 이쁘지 않은 빵이 많았다.(사진은 학원에서 만든 단팥빵)

오븐 장갑이 없어서 학원에서 처럼 목장갑을 두겹을 썼는데 빵을 꺼낼때 철판이 너무 뜨거워서 화상을 입었다. 시험도 떨어지고 손가락도 해먹고... ㅠㅠ


계속해서 학원에서 제빵수업을 들으며 재시험을 준비했다.
호밀빵은 호밀이 많이 들어가거나 100%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비율이 낮아서 만들면서 실망.....


소보로빵도 만들고 맛있게 먹었던 빵 중 하나인데 소보로 토핑물을 잘못 만들어서 예쁘게 올리지 못했다. ㅠㅠ

 

모닝롤과 맛이 비슷한 트위스트 단과자빵~
8자나 이중8자 꼬기는 동기중에 제일 잘했다. ^^


원래 이렇게  똥처럼 만들어지면 안되는데 .... ㅡ,.ㅡ;


크림빵도 수강생들이 만들면서 행복해 했던 빵 중에 하나다.
이제 수업 막바지라 모양도 이쁘게 나온다.


지금은 없어진 과목인 햄버거빵....


옥수수빵은 반죽할때 무척 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이제 식빵류는 모양이 이쁘게 잡혀 갔다.


버터톱식빵~
맛은 그냥 저냥~


물에 살짝 데치고 구웠던 베이글~


처음에 재료 준비할때 흑미를 넣었던 조와 일반 백미 쌀가루를 넣었던 조끼리 반죽을 교환해서 만들었던 쌀식빵~
모양도 이쁘게 나왔다. ^^;


2018년 7월 부터 신규 과제로 출제 되는 통밀빵~
맛도 별로고 이것도 통밀 비율이 생각보다 적다.


시험에 출제되면 기권 할까 생각이 들었던 패스트리 식빵....
정말 이게 시험에 나오면 극악의 난이도다... ㅠㅠ


마지막 2강은 실기시험 대비를 한다고 다시 만든 소세지빵~
이제 모양도 이쁘고 또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


시험 대비로 만든 모카빵~ 차라리 모카빵이 실기 시험으로 나오길 바랬건만... ㅠㅠ


7월 초에 학원 수업을 종강하고 7월 말에 두번째로 실기시험을 도전 했다.

제빵기능사 실기를 과정 중에 도전해서 한번 덜어지고 두번째 실시시험에서 더치빵을 만들게 되었는데 다 자신있게 잘해놓고 2차발효 전에 토핑물을 바르고 2차발효를 시켜 버렸다. ㅠㅠ
빵을 구울때 색이라도 잘나오면 그래도 합격선이었을텐데.... 발효실에서 꺼냈을때 오븐 온도가 내 설정 온도 보다 안나와서 시간을 오래 구워도 색이 잘 나지 않아서 망했다.
과정도 잘못되고 색도 잘 안나왔으니 탈락을 실감했다. ㅠㅠ (사진은 수업 중에 만든 것)

 

그리고, 8월 말에 실기 시험 삼수에 도전하게 됐다.
실제로 제빵기능사는 합격율이 30%를 조금 넘는 정도로 높지가 않다.
정말 허를 찌르는 감독관들의 실기 과목 선정은 또 단팥빵을 출제 했다.
2018년 제주에만 벌써 4번째고 개인적으로 두번째로 단팥빵을 시험에서 만났다.
그래도 경험을 했다고 많은 것이 도움이 됐는데 특히 팥앙금은 30g으로 따로 떼어 놓기만 했지 둥글리기는 하지 않았다. 이게 시간도 많이 잡아 먹고 손에 땀이 있으면 손바닥에 붙어서 처음 시험에서 애를 먹었다.
시간 분배를 잘 했는데도 3시간에 단팥빵 45개는 시간이 확실히 부족 했다.
그래도 한번 해봤다고 다 굽고 마감 5분 전에 정리까지 끝내고 퇴실을 했다.
그리고, 결과는 합격~ 점수는 비공개 ^^;


실기시험은 삼수 끝에 결국 따긴 했다.
좀 더 신중 했다면 두번째 더치빵때 딸 수 있었지만....
그런 실수 하나가 다 내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ㅠㅠ
어쨌거나 제빵기능사를 취득 했다.

동기들 중 일부는 제과기능사 수업까지 신청해서 자격시험을 본다고 하는데 나는 제과기능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언제 다시 카페를 오픈 할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고.... 다른 것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서 일단 다른 것을 먼저하기로 했다.
언젠가 내가 다시 카페를 오픈하면 그땐 직접 구운 단팥빵이라도 팔아보고 싶다.
정말 단팥빵.... 무슨 인연인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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