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처음 시작했던 2002년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할 당시에는 커피를 잘 모르고 자판기 커피와 믹스 커피를 좋아하던 평범한 1인 중 하나였다. 2010년 여행에서는 로마 카페 크레코도 동행들과 에스프레소도 마시고,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의 분위기 좋은 음악에 취해 있던 곳이 바로 카페 플로리안이었다.
2012.12.06 - [All New Coffee Life/해외 카페, 양조장 투어] - 유럽 카페 역사의 효시 베네치아 카페 플로리안(Cafe florian)
커피인으로 인생의 2막을 살면서 이전에 일반적인 관광객의 신분으로 카페 플로리안 앞에 다녀왔던 사실에 기뻐하며 민망한 포스팅을 했지만 바로 얼마전 2017년 8월에 다시 카페 플로리안을 찾게 되었다.
지금은 같은 동네에 살게 된 친한 동생녀석과 술자리에서 했던 얘기가 시작이 되어 7년만에 다시 이탈리아 여행을 하게 되었고 운명에 이끌린 것처럼 다시 베네치아 카페 플로리안에 오게 되었다.
이미 다른 사이트나 블로그에서 구구절절 설명이 된 것처럼 카페 플로리안은 현존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1720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계속 운영이 되고 있다.
간판과 출입문을 봐도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 두개의 룸으로 시작 되었던 카페 플로리안은 세월을 거듭할 수록 규모가 커져 지금은 산 마르코 광장을 잇는 건물에서 꽤 많은 자리로 확장이 되었다고 한다.
내게는 아픈 기억이 있지만 건물주를 잘만났거나 건물주가 운영을 했으니 거의 3세기 동안 운영이 가능 했던게 아닐까 싶다. ㅠㅠ
모처럼 다시 찾아온 카페 플로리안이니 바에서 에스프레소를 홀짝인다거나 안에 룸에서 마시기 보다는 산 마르코 광장의 공기와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광장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8월 말에도 이탈리아의 태양 빛은 아주 강하다 못해 뜨거울 정도였는데 주변 건물과 종루가 우리 자리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카페 플로리안에서는 광장쪽에 자리를 앉으면 별도의 테이블 차지 대신 연주비를 6euro 정도를 받는데,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것도 바로 앞에 가까운 자리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을 먹기에도 조금 이른시간에 천천히 커피를 즐기며 추가해도 되는데 무슨 마음이 급했는지 한꺼번에 많이도 시켰다.
먼저 에스프레소 한잔과 카푸치노 한잔은 커피인인 짜장밥이 마시기 위해 주문한 것이고 동생 녀석을 위해 아메리카노외 티라미수 케이크를 주문해줬다.
메뉴판에 없더라도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만드는 방법이 어렵지 않아서 알아서 만들어 준다.
가격도 에스프레소와 같거나 조금더 받는 정도이다.
노련하고 전문적인 홀 서버는 잠시후 능숙한 솜씨로 무거워 보이는 은색이 쟁반을 들고왔고 여기에 담겨온 커피는 잔도 이쁘고 정말 이뻤다.
로마의 카페 크레코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존재 자체만으로 박물관 같은 카페 플로리안에서 이제는 제대로 에스프레소와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순간들
짧게 두번에 걸쳐 단숨에 마셔 버린 에스프레소.
아 평가를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맛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탈리아 커피는 분명 요즘 트랜드의 스페셜티와는 다른 개성을 가진 것 같다.
복합적이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탈리아 커피는 쓰고 많이 태울꺼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번 여행에서 확실하게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복합적이지만 단맛과 쓴맛, 고소함의 밸런스가 좋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기분 좋게 한다.
카푸치노의 경우 라떼아트와 같은 기교는 없었지만 부드러운 벨벳 스팀밀크가 커피와 잘 어울어져 좋은 맛을 내주었다. 시험장 감독관도 아니니 거품두께를 체크 한다거나 하는 짓을 하지 않고 그냥 그 자체를 즐겼다.
커피와 부드러운 티라미수를 여유 있게 즐기고 있었다.
카페 플로리안을 비롯 이탈리아의 카페 직원들은 나이가 많아도 멋이 있는 것 같다.
마치 호텔에서 서비스를 받는 듯한 매너와 제대로 차려 입은 제복에서 전문성을 느낄 수 있었고, 멘트 하나 표정 하나에서 여유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작정을 하고 온거라 또다른 것을 즐기고 싶어서 290주년 기념 메뉴인 카페 플로리안을 주문 했다.
한 카페가 290년을 넘어 이제 3년 뒤면 300년이 된다.
290주년 메뉴 카페 플로리안은 커피 칵테일로 커피와 부드러운 우유크림, 오렌지를 원료로 하는 리큐르나 증류주가 들어간 것 같았다.
뭔가 묘한맛이 커피와 술, 단맛이 어울어져 한번에 큰 에너지를 몸안에 채워 주었다.
반쯤 먹었을때는 함께온 쵸콜릿도 먹었다.
벌써 몇번의 연주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커피에 취하고, 커피 칵테일에 취하고 음악에 취했다.
카페 플로리안의 연주는 동영상으로~
화장실을 갈때 카페 플로리안의 안쪽을 좀 더 둘러 볼 수 있었다.
여기는 카페 플로리안의 여러개의 방중 거울로 장식된 방인 것 같다.
화장실이 의외로 첨단적이어서 놀랐다.
가운데어서 물이 나와서 손을 씻을 수 있었고 양쪽으로 바람이 나와 손을 말릴 수 있었다. @0@
카페 플로리안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굿즈가 전시 되어 있는데 음료 값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가격에 자비심이 없다. ㅠㅠ
예쁜 컵과 주전자는 갖고 싶었는데 ㅠㅠ
마치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그 느낌이 아닐까?
여러개의 방은 정말 화려하다.
확장과 보수 공사를 통해 지금의 카페 플로리안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여느 박물관에 못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고풍적이었다.
우리는 겨우 티라미수 하나만을 주문 했는데 다양한 디저트와 가벼운 식사도 가능한 곳이다.
바 안에 오니 케이크와 생과일 타르트 같은 제품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어서 바리스타들의 몸놀림도 빠르고 분주했다.
우리쪽을 담당하는 홀 서버가 마침 들어와서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보고는 바리스타들을 멈추게 해서 사진을 찍게 도와줬다.
카페 플로리안을 위해 패키징 된듯한 라 마라르조꼬 머신도 인상적이다.
점심 시간을 넘길 때까지 카페 플로리안에서 늘어지며 카페놀이를 즐겼다.
우리가 마신 것을 계산해 보니 음료 5잔과 티라미수 하나, 연주비, 서비스차지 다해서 토탈 금액이 11만원이나 나왔다. 하하하하~
물론 다른 것보다 290주년 기념 카페 플로리안 메뉴가 비싼 거였으니 커피인이라면 여유 있게 베네치아 여행을 즐긴다면 한번 와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300년이 되어가는 카페의 커피맛은 어떨지 궁금해서 처음에 무슨 커피 맛에 대해 평가라도 하고 싶어서 찾아 갔지만 커피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봉인해제가 되어 버렸다.
커피 맛만으로 이곳을 평가하기는 힘든 것 같다.
괴테와 카사노바, 나폴레옹을 비롯해 많은 명사들이 이곳을 찾았고 사랑했던 이유는 단순히 커피 맛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다양한 상황에 따라 호불호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와서 잔뜩 분위기에 취해 있는 사람에게 그 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한사람의 여행자로 나는 카페 플로리안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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