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커피농장을 보겠다고 빡세에 와서 쿤에스님 집에서 지낸지도 3일이 넘었다.
거의 매일 일과를 함께하며 빡송 하이랜드의 농장과 빡세의 집을 보내며 라오스 커피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었다.
느긋한 라오스 사람들이지만 하루 일과의 시작은 그렇게 늦지 않았다. 아침 7시쯤에는 언제나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고 한식 아니면 라오스식 바케트 샌드위치와 커피를 곁들이는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한참 뒤쳐진 라오스지만 아침 식사만큼은 프랑스처럼 서구화가 되어 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맛있었던 아침 식사를 떠올리면 침이 고인다.
아침을 먹고 쿤에스님과 농장에 올라갈 계획이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사무실에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다가 블랙 아이보리(Black Ivory)라고 불려지는 코끼리 똥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루왁 커피처럼 코끼리에게 바나나와 커피 체를 함께 먹여서 만들어지는데 단맛의 지속력이 루왁보다 좋다는 말을 들었다. 직접 만드는 과정을 봤으면 더 좋아을 텐데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보지 못하고 아쉽지만 병속에 담긴 것을 보는 것으로 만족 해야 했다. (짜장밥이 떠나고 한국의 방속국에서 라오스 커피와 블랙 아이보리 영상을 담아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게 엄청난 실망을 줬던 미얀마 일정이 없었다면 인도네시아와 라오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텐데 아쉽다.)
사무실 한쪽에는 Dao coffee의 인스턴트 커피가 있었는데 비어 라오 다음으로 큰 라오스의 기업이라고 한다.
커피와 생수 사업으로 라오스에서 큰 회사로 성장 했다고 한다.
빡세의 쿤에스님 사무실에서 이런 저런 커피 이야기를 하다가 빡송 하이랜드로 출발을 했다.
이날도 베트남 농장주로부터 매입한 농장을 정비하고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해 움직 였다.
빡송으로 올라가는 길에 큰 공장이 있어서 봤더니 아주 큰 규모의 Dao coffee factory가 있었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공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었는데 차로 한참 지날 정도로 규모가 큰 공장이었다.
큰 공장이어서 기숙사와 관사도 공장 옆에 많이 있었다.
새로운 길을 찾아 가기 위해서는 두개의 개울을 건너야 했다.
쿤에스님은 물길을 알기 위해 직접 개울을 걸으면서 차가 다닐 길을 찾으셨고 개울 속에 발을 담가 찾은 길로 차를 움직여 건너 보기로 했다.
다행히 건기가 시작 되어서 수심은 높지 않았고 우리가 탄 4륜 구동 봉고 트럭이 위력을 발휘 해서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2013년에 커피 여행을 하면서 어떤 놀이 동산의 어트랙션보다 재밌는 정글 탐험이었다. ^^;
맑은 개울에 작은 민물게 한마리~
우리가 개울을 지나고 중장비도 개울을 건넜다.
중장비야 워낙 바퀴나 힘이 좋아서 개울 따위는 무시하고 건널 수 있었고 차가 건널 수 있도록 푹푹 꺼지는 땅과 개울을 재 정비 했다.
아직도 쿤에스님의 농장으로 가는 길은 한참 전이었다. 다른 농장에서 심은 커피 농장을 지나 가며 식수의 상태를 봤는데 3년생 정도의 커피 나무가 가지치기는 그래도 한거 같은데 잡초 제거는 제대로 되지 않아서 아쉽다.
심어져 있는 커피 나무도 카티모르와 로부스타가 섞여 있었다.
관리가 잘 되지 않은 커피 나무는 어딘가 병약해 보이고 안좋아 보인다.
커피 나무는 어떤 농사 보다 손이 많이 가는데 조금만 신경쓰지 않아도 바로 표가 나는 것 같다.
3년생의 커피 나무들이 그늘나무 아래서 자라고 있었다.
같은 지역에서도 조금만 신경 쓰면 아주 잘 가꾸어진 농장은 아니었지만 땅과 기후가 좋아서 커피의 상태가 좋았다.
공부와 자격증을 따면서 생두 선별과 감정(큐그레이더)와 로스팅, 바리스타까지 모든 교육을 마쳤지만 커피 하나가 자라서 생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커피인으로써는 참 값진 경험을 한 것 이다.
농장을 찾아 가는데 일어 터졌다.
우리가 탄 봉고가 진흙 속에 빠져서 4륜 구동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뒤에서 밀고 앞에서 땡겨도 빠져 나갈 방법이 없었다. ㅡ.,ㅡ;
결국 중장비를 동원해서 봉고를 빼기로 했다.
워낙에 느린 포크레인인데다가 우리가 있는 곳이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지역이어서 직접 데리고 오는데만도 한참 걸렸다.
강철로 된 와이어를 연결해서 포크레인으로 당겨 차를 빼냈다.
힘있는 포크레인으로 당기자 그렇게 밀어도 움직이지 않던 봉고가 쉽게 빠져 나왔다.
진흙에서 빠져 나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정글 숲을 헤치며 농장으로 들어갔다.
차가 진흙에 빠져서 빼내는데 거의 오전시간을 보내고 농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빡송의 농장 직원들 대부분이 베트남인어서 이 친구들이 먹는 반찬에 밥을 먹었는데 나름 건강식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야 중장비가 들어와 농장 주변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베트남에서 온 형제가 중장비를 다루는데 호흡도 잘 맞고 일도 성실하게 잘 한다.
농장에 도착해서 주변을 정리하는 데 꽤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해 나갔다.
어느새 해가 질 무렵이 되었지만....
늦게까지 농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빡송의 마을에 있는 신닷 까올리에서 저녁을 먹고 내려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만 3번째 신닷까올리 였다. 이 음식이 한국음식이라고 생각한 네덜란드인 카페 주인은 내게 바로 앞 한식당을 추천 해준 곳이 이곳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삼겹살 만큼은 우리식대로 먹었고 내가 가지고 다닌 찹쌀 고추장도 위력을 발휘 했다.
라면과 야채도 육수가 끓을 때 빼먹지 않고 넣어서 먹었는데 맵거나 칼칼하진 않지만 묘하게 어울린다.
라오스의 증류식 소주인 라오라오는 회사에서 만드는 경우도 있고 집에서 담궈서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라오스식 소주인 라오라오는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 선호 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우리식대로 비어 라오에 라오라오를 섞어 폭탄주로 마셨다. ㅡ,.ㅡ;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커피 농장을 쫓아 다니기만 했는데도 힘이 들었는지 저녁에 숙소에서 맥주 한캔을 더 마시고 골아 떨어졌다.
아쉽지만 여기까지 라오스 커피농장 이야기의 전부였다.
커피를 가공하는 과정, 코끼리 똥인 블랙 아이보리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라오스와 볼라벤 고원의 커피농장은 다시 찾아 가게 될 것 같은 운명 같은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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