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 커피가 문제가 아니라 가격이 문제다. (feat. 바샤 커피 밀라노 모닝 커피 드립백 후기)
친한 동생과 홈바에서 홈술을 하는 것을 이어가고 있는데 얼마 전에 그동안 궁금했던 바샤커피 커피 드립백을 맛보라며 하나 챙겨준 것이 있었다.
커피계의 에르메스라는 바샤 커피는 싱가포르 여행하고 사오는 특산품이 되었고 해외 면세점에도 다수 입점 되어 있는데 현재는 한국 청담동에 매장을 오픈했고 네이버에서 구입을 할 수 있다.
워낙에 유명한 브랜드로 급성장해서 커피맛이 궁금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내게도 바샤 커피 드립백이 들어 오게 되었다.
내가 맛본 바샤 커피 드립백은 밀리노 모닝커피 드립백 제품으로 제품 상당에 당당하게 가향 커피라고 쓰여있다. ^^;
가향 커피가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품질 나쁜 커피에 가향을 해서 그럴듯하게 먹을만한 커피를 만들어 팔았던 것 때문에 선입견이 있다.
25년도 훨씬 전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는 자뎅이라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동네 커피숍에서 헤이즐넛 커피 같은 것을 팔았는데 헤이즐넛 커피가 대표적인 가향커피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런 헤이즐넛 커피를 맛있게 먹었다. ^^;
다시 바샤 커피로 돌아와서 바샤 커피 드립백 뒷면에는 해당 커피의 향미 노트에 대한 설명과 드리백으로 커피를 내리는 방법이 인쇄되어 있다.
영어 해석의 여러움이 있는 분들은 바샤 국내 공식몰에 있는 내용을 보면 된다. ^^;
포장지를 벗기니 여느 커피 드립백 같은 형태의 드립백이 있는데 포장이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드립백 윗면을 잘라서 오픈해주고 머그잔에 걸쳐 두었다.
바샤 커피 드립백은 좀 더 넓어서 물을 따르기가 편하게 되어 있다.
드립백을 개봉자하자 마자 커피향과 달콤한 향이 났다.
여느 커피와 내리는 방법은 비슷한데 바샤 커피 드립백은 95도씨의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바샤 커피에서는 여러번 커피를 내려서 180~200ml를 추출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커피를 모두 내리자 초콜릿향의 달콤한 향이 진동을 한다.
드디어 바샤 커피 밀라노 모닝을 시음을 할 차례이다.
커피를 마셔보니 고소한 맛과 몰티한 단맛과 초콜릿 향이 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한국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쵸콜릿향도 나지만 네슬레 마일로(milo) 향에 가까운 것 같다. ^^;
싱가포르 사람들의 마일로 사랑이 남다른데 여행할 때 많이 마시기도 했고 마트에서 사 오기도 했다.
가향 커피라고 하지만 인위적인 쵸콜릿 향이 나는 맛있기보다는 조금 거슬렸다.
마치 조미료를 너무 많이 넣은 음식을 먹은 느낌이라고 할까?
나중에 바샤 공식몰에서 아로마 노트 설명을 보니 내가 느낀 것과 비슷했다.
나는 제품 하나만 가지고 있어서 상품설명을 볼 수 없었지만 바샤커피 공식몰의 제품 상세설명을 보니 초콜릿향이 3%나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식이나 음료에서 첨가되는 향이 3%라는 건 엄청 난 거다.
2% 음료도 겨우 2% 만으로 이온 음료에서 많은 향을 내는 제품이었다.
바샤 커피는 가향 커피만 판매하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 그렇지도 않고 싱글오리진 부터 블렌딩 커피, 가향 커피 등의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사람들이 많이 사 오는 것은 이렇게 선명하게 특정향을 느낄 수 있는 가향커피가 대부분인 것 같다. ㅡ,.ㅡ;
사람들의 기호나 커피 취향이니 가향 커피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사실 나도 늘 스페셜티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고 가끔 맥심이나 G7 같은 믹스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바샤 커피의 가향 커피는 별로지만 이 회사는 마케팅을 엄청 잘해서 사람들이 오랜 전통을 가진 고급 커피 전문기업으로 생각하고 구입을 한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보면 마치 1910년의 모로코의 바샤 궁전의 커피룸의 커피를 계승 했다고 식으로 전개되는데 실제 설립일은 2013년 싱가포르에서 만들었고 이제 10년을 넘긴 회사이다. 유서 깊은 커피하우스지만 이미 없어진 곳이니 그런 바샤 커피의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브랜딩으로 아무 상관도 없지만 사람들은 1910년부터 이어온 유서 깊은 회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
이 회사는 이런 전례가 있는데 바샤 커피의 설립자 타샤 부크딥은 TWG를 설립 할 때도 로고 1837을 넣어서 마치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처럼 만들어 성공했다.
이런 내용으로만 보면 실망스럽지만 실제 매장에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 때문에 작은 사치를 누리는 사람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고급스러운 매장 인테리어와 분위기, 서비스로 고급 커피 전문 회사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커피 드립백 제품 패키지에도 이런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적용되어 있는 것 같다.
직접 바샤 카페를 매장을 즐긴 경험이 없으니 개인적으로 커피 드립백만을 가지고 평가하자면 가향 커피 치고는 가격이 좀 비싸다.
바샤 밀라노 모닝 커피 드립백은 싱가포르 매장이나 면세점에서도 12개/Box가 SD $32~35 가 넘는다고 하는데 국내 바샤 공식몰에서는 39,000원이다. 싱달러로 계산해도 한잔에 거의 3천 원 가까이하고 국내 가격으로 하면 개당 3,250원이다.
이 회사는 10~15년 전의 마케팅으로 100% 아라비카를 내세우고 있지만 싱글오리진도 정직하게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믹스 커피도 10년도 훨씬 전부터 100% 아라비카를 사용한다. ^^;
한 회사의 마케팅 능력과 장사 수완이 좋은 것을 잘못 된 것이라고 탓할 수는 없지만 직접 바샤 커피 매장에서 서비스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제품만으로는 개인적으로 비싸다고 생각된다.
국내 커피 전문점에서 만든 스페셜티 커피 드립백도 개당 1,000원대 구입할 수 있는 맛있는 커피가 많은데 이런 바샤 커피의 가향 커피 드립백을 직접 내 돈 주고 사 먹은 것도 아니지만 내 돈 주고 사 먹을 일은 없을 것 같고 누군가 내게 이걸 선물해 줘도 다른 사람을 그냥 줘버릴 것 같다.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제품을 즐기며 만족하는 가치 있는 소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 없는 나는 이 제품의 가향 된 커피 향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자주 즐겼던 마일로(milo)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어 좋았다. ^^;